*****************************************************************************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문턱에서
때마침 지던 낙엽처럼 그렇게 긴 머리를 싹둑 자르고 입대한 나.
그 춥던 겨울이 마냥 계속될 줄로만 알았는데
어느덧 이곳에도 봄은 왔다.
깊은 밤 근무지에서 듣는 라디오에선
온통 봄꽃에 대한 사연과 노래가 흘러나온다.
라디오가 전해주는 바깥 소식은 벚꽃 축제에서부터
지는 목련잎에 대한 아쉬움까지 봄내음이 물씬 담겨있지만,
이곳은 전방이라 그런건지, 아니면 군대라서그런건지 아직 봄의 흔적을 느끼기가 쉽지 않다.
아까 낮에 근무지로 나가는 '다찌(군용 5/4t 트럭)'의 덜컹거리는 짐칸에서
도로가에 이제 막 피어나는 반가운 개나리를 본 것이 올들어 처음보는 봄꽃이었다.
사실 이곳에선 봄이 꽃으로 온다기보다는 칼날같은 추위의 가심으로 오는 것 같다.
어찌보면 딱한 얘기지만, 근무지에서 몇시간씩 서 있어도
더이상 손끝, 발끝과 두 귀가 깨질듯이 아프지 않다는 사실에서 처음 봄을 느꼈다.
이처럼 이곳의 봄은 환희와 낭만이기보다는 기온이나 날씨처럼 지나치게 현실로 다가온다.
꽤나 서글픈 얘기다.
아무튼 이곳에도 봄은 왔다.
계절이 바뀌면 남은 군생활을 계절로 헤아려보게 된다.
올 봄이 가고 여름이 가고 가을도 겨울도 가고, 내년 봄이 와도
나는 아직도 이곳에 그대로 머물러 있겠구나.
내년 봄도 가고 또 다시 여름과 가을을 보내야 드디어 바깥 세상에 나가는구나.
휴~ 많이도 남았다.
그 해 겨울은 따뜻한 집에서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겠지.
그리고 그 '따뜻한' 겨울이 지나면 나는 정말 오랜만에 봄 다운 봄을 맞으며 학교에 복학하겠지.
그 봄이 제발 좀 빨리 왔으면 좋겠다.
2005년 4월 12일 새벽 북바위 검문소에서 고참들 몰래 쓰다
[연관글] 2008/04/07 - [잡담] - 벚꽃, 제 2의 낙화
'e-zoOMin's Eye > 잡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스킨 바꿔야지... (0) | 2008/03/30 |
|---|---|
| 동틀 녘 창 밖 풍경 (0) | 2008/03/25 |
| 이등병 때의 추억 - 철원의 봄 (2) | 2008/03/25 |
| 경험에 대한 단상 (0) | 2008/03/22 |







::: 사람과 사람의 교감! 人터넷의 첫 시작! 댓글을 달아주세요! :::
트랙백 타고 와서 잘 보다 갑니다.
전 파주였다능 ㅋㅋ
반갑습니다. 왜그런지 윗동네는 참 추워요. 특히나 군생활때는 더더욱.. 저는 동상도 걸렸었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