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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유학생들의 폭력 시위, 그 이유에 관한 고찰

[e-zoOMin's Eye/세상만사]
최근 중국인 유학생들의 성화 봉송 폭력 시위와 관련하여, 대체 왜 중국인들이 우리나라에서 폭력까지 행사를 하며 시위를 했는가, 그 이유에 관하여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구요. 그래서 오늘은 이 점에 관하여 한 번 찬찬히 생각을 해봤습니다.


티벳 승려를 비롯한 티벳평화연대 회원들이 9일 서울 중구 남산동 중국대사관 영사부
인근에서 집회를 열고 중국정부가 티벳독립운동을 유혈 진압 한 것에 항의하고있다.

이번 폭력 시위는 얼마전 국제적으로 논란이 됐던 티베트 사태와 올 8월 열리는 베이징 올림픽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습니다.

먼저 사건의 전후 관계를 간략히 살펴봅시다.

1. 티베트에서 티베트 독립을 주장하는 시위가 있었고, 중국 정부가 이를 과잉진압하였습니다.

2. 중국 정부의 과격한 대응에 대한 국제적인 비판 여론이 일면서 중국의 인권 문제, 티베트 독립 문제가 이슈화 되었습니다.

3.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여러나라에서 티베트 독립 지지 및 중국의 과잉 대응 비판 각종 성명 발표와 시위가 일어났습니다.

4. 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세계 평화에 기여한다는 올림픽 정신을 강조하며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 주장이 일어났습니다.

5. 티베트 독립 지지 시위도 점차 베이징 올림픽과 연관하여, 베이징 올림픽 반대 시위, 성화 봉송 반대 시위로 번졌습니다.

6. 국내에 성화가 도착하여 성화를 봉송하는 과정에서 티베트독립을 지지하는 단체를 중심으로 성화봉송반대시위가 열렸으며,
   동시에 성화 봉송 반대 및 티베트 독립 지지에 반발하는 중국인 유학생들의 시위가 열렸습니다.

7. 중국인 유학생들이 국내 성화 봉송 반대 시위대를 향하여 폭력을 행사하였습니다.

8. 이 과정에서 경찰은 성화봉송 반대 시위에 대하여 성화의 안전한 봉송에만 집중하는 한편,
   중국인 유학생들의 폭력 행사를 미처 예측하지 못하여 중국인 유학생들의 폭력 행사를 거의 수수방관하다시피 했습니다.

이렇게 요약을 해 볼 수 있겠습니다. 그렇지만 이것은 단순한 사건의 전후 관계일 뿐, 이것으로 이번 사태의 숨겨진 면모를 전부 설명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번 사태를 둘러싼 중국인들의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근대 역사에 현실에 관하여 조금은 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중국의 근현대사를 통해 이번 사태의 숨은 면모를 살펴봅시다.

중국은 역사적으로 동아시아의 절대 강국으로서, 문화적, 경제적, 군사적으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해왔습니다. 그 당시 중국인들에게 세계란 중국을 둘러싼 동아시아에 국한되어 있었으므로, 그들에게 중국이 곧 세계의 중심이었으며, 그들의 마음속에는 점차 중화주의의 개념이 뿌리내리기 시작합니다. 아무리 자신들이 세계의 중심이라 생각할 지라도 주변국을 동이, 서융, 북적, 남만 따위로 분류하다니, 지금의 시각으로는 너무하다 싶군요.

중화주의의 개념
중화주의는 세 가지 명제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중국은 지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세계의 중심이며, 가장 우월한 문명이다. 둘째, 발생사적으로 한족(중국)의 지리적 중심성과 종족적 우수성은 타민족이 따라올 수 없으며, 역사의 시초부터 한족이 누렸던 중화문물은 인류의 유일하고 절대적인 표준으로서 이후 역사에서도 다시 구현되어야 한다. 동시에 중화문물은 보편적이고 개방적이어서 다른 민족들 역시 이 원리를 수용할 경우 중화문명에 도달할 수 있다. 셋째, 세계는 문명화된 중화세계와 야만적인 이적세계로 나뉘며, 모든 이적세계는 표준이 되는 중화문물을 수용ㆍ습득해야만 야만의 상태를 벗어날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중화주의는 중화 우월주의, 중화보편주의, 상고주의 및 중국화=문명화로 압축된다. <강정인, 안외순 (2000). 중화 및 중화주의의 개념>

그런데 근대에 이르러, 동서양이 충돌하게 되고, 특히 서양 제국주의에 의하여 중국이 침략을 당하게 되면서, 중화주의의 자긍심은 큰 상처를 입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일본 제국주의에 의하여 중국 대부분이 점령을 당하게되면서 최고조에 달하게 되죠.

국공합작을 통하여 일본에 저항하던 중국은 2차대전의 종전과 함께 일본의 그늘에서 벗어났지만, 곧이어 이념대립으로 내전을 겪었으며, 결국 공산주의 국가가 설립되었습니다. (이때 장제스를 축으로 한 국민당 세력은 내전에서 패퇴하여 타이완섬으로 옮겨 대만을 건국합니다. 중국과 대만의 관계 또한 티베트 문제 못지 않게 중국을 둘러싼 시한폭탄 가운데 하나죠.) 새로운 국가, 중화인민공화국이 건국되었으나 공산주의에 기반한 경제체제에서 과거 동아시아의 맹주와 같은 국제적인 위상을 얻지 못하였습니다.(군사적인 측면을 제외하고) 세계의 중심이었던 중화주의의 커다란 자긍심에 비하면 근대 이후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위상은 꽤나 큰 괴리감이 있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괴리감으로 인해 많은 중국인들의 가슴 속에 일종의 컴플렉스가 누적되었고, 다시금 중화민족의 영광을 되살리고자 하는 의지가 조금씩 농축되어 갔습니다.

이후 덩샤오핑으로 상징되는 개혁개방 정책 이후 급변신한 중국 경제는 이후 눈부신 성장을 계속하며 세계의 공장이자 세계 최대의 신시장으로 세계 경제의 커다란 한 축으로 자리매김하게 됩니다. 중국이 더욱 무서운 것은 앞으로도 성장 동력이 무궁무진하다는 것 입니다. 세계 경제의 중국 의존도가 급속도로 커짐에 따라 국제적인 영향력도 엄청나게 커졌습니다. 그리고 경제 부흥과 더불어 중화민족의 자긍심 부흥의 열망도 하늘을 치솟고 있는 현실입니다.

중화주의의 부흥과 함께 주변국의 역사를 과도한 자문화 중심적인 시각으로 재해석하는 작업도 급속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고구려 역사 왜곡으로 잘 알려진 동북공정과 서남공정 등 이미 20여년 전부터 한국과 티베트, 베트남, 몽골, 위구르의 역사를 중국사에 편입시키는 작업이 주구장창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어처구니 없는 역사 왜곡의 모든 뿌리는 중화주의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이번 사건의 발단이 된 티베트 독립 시위는 서남공정과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서남공정 관련기사 : 중국 동북공정에 앞서 `서남공정`은 어떻게 … (중앙일보)

한편, 중국의 내면의 모습은 국제적 위상이 커지는 속도를 따라가고 있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 문제는 그 어떤 설명보다도 중국의 상상치 못할 짝퉁 상품 소식만 봐도 쉽게 짐작이 갈 것입니다) 중국의 사회주의는 구 소련이나 북한의 모델에 비교하여 훨씬 생명력이 있음이 증명되었고, 또한 시장경제체제를 적절히 흡수하여 경제 발전도 이룩하고 있기도 하지만, 비민주적인 1당 독재의 정치 체계는 사회 구석구석의 정체를 낳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에서 언론의 자유는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이며, 교육 정책(특히 정치, 역사 교육)도 매우 비민주적입니다. (물론 우리나라의 언론 수준이나 교육정책 수준으로 남을 비판할 자격이 있는지는 좀 거시기-_-합니다만) 이런 시스템 속에서 다수의 중국인들의 정치적 수준과 역사 의식이 매우 획일화 되어 있지 않은가 감히 진단을 해봅니다. (2002년에 중국에 갔을 때 사귄 친구들과 역사적인 이슈에 관하여 대화를 하다가 무척 놀랐던 일이 생각나는군요. 물론 저의 이런 견해는 학술적인 고찰이 아닌 개인적인 진단이며, 개인적인 경험에 따른 성급한 일반화도 작용했을 수 있습니다) 특히 민족주의, 애국 정신에 관련하여서는 중국 정부의 여러 필요성에 의하여 상당히 강력하게 교육되고 있지 않은가 생각을 해 봅니다.

이러한 역사적, 사회적 현실 속에서, 얼마 전 티베트의 시위가 있었고, 중국 정부는 이를 폭력으로 진압했습니다. 그리고 마치 우리나라의 광주 민주화운동 때와 마찬가지로 중국 내부에서는 신속한 언론의 통제가 이루어졌으며, 대다수의 중국인들은 전혀 다른 내용으로 티베트 사태를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물론 추후에 많은 외신의 보도를 통해 다른 시각을 접할 기회가 있었다고 하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외신 보도를 접할 수 있는 환경에 있으며, 이 내용을 자국의 관영 보도 내용에 비해여 얼마나 신뢰하고 있는지 의심이 갑니다.) 관영 언론에 의해 선동된 애국심에 불타는 중국인들은 티베트의 독립 운동과 비판적인 국제 여론에 대하여 분노를 표출하기 시작했습니다.

티베트 사태의 불똥은 곧이어 베이징 올림픽으로 튀었습니다. 세계인들에게 올림픽은 세계 평화의 다짐이자 화합의 장이지만(물론 명목상으로) 중국 정부에 있어서는 정부의 능력과 위세를 과시하기 위한 정치적인 행사이며, 중국인들에게는 자긍심과 국가 위상간의 괴리를 털어내고 중화민족의 부활을 세계에 외칠 수 있는 큰 계기입니다. 티베트 문제에 대한 비판이 올림픽 보이콧 등 올림픽과 관련된 논의로 이어지는 것에 대하여 중국인들이 당황하고 심지어 분노하고 있기까지 한 이유입니다. 심지어 일부 중국인들은 티베트 문제를 올림픽에 대한 보이콧 논의로 연결시키는 것을 자국의 눈부신 발전에 대한 시기와 질투이자 견제 행위라고 보고 있기까지 합니다.


2008년 4월 27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평화의 광장 앞에서 2008 베이징 올림픽 성화 봉송이 출발한 후 국내 시민단체에서 시위를 하자 중국 성화를 보러온 유학생 등 젊은이들이 시민단체로 몰려가 욕을 하고 시위를 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베이징 올림픽 성화가 도착하고, 이에 따라 성화봉송 기간 동안 국내에서 반중국 / 티베트 독립 지지 / 성화 봉송 반대 시위가 계획이 되자, 국내 중국인 유학생들을 중심으로 이에 대한 조직적인 보복 시위가 발생하게 되었습니다. 중국 대사관이 관여했다는 정황도 있다고 합니다. 이번 사태는 베이징 올림픽이 중국인들의 자존심 회복(중화주의의 부활 선포)에 있어 얼만큼 중요한 행사인지 말해주는 것이며, 이와 더불어 중국인들의 낮은 정치적, 국제적 의식 수준(제 3국에서 폭력 시위라뇨 이게 말이 됩니까 -_-)과 정부와 언론에 의하여 조종되고 있는 과열된 민족주의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제 이번 중국인 폭력 시위 사태의 숨은 원인을 정리해봅시다.

이상에서 살펴본 사실을 통해 이번 사태의 숨겨진 근본 원인은
중화주의 사상과 중국의 근현대사와의 괴리에서 오는 누적된 컴플렉스

최근 중국의 국제적 위상의 급속한 제고에 따른 중화주의 부흥 열망 증대

중국의 (평균적으로 볼 때) 낮은 국민 의식 수준과 획일적인 역사의식

티베트 사태에 대한 다수 중국인들의 잘못된 이해와 과도한 분노 표출

올림픽을 둘러싼 중국인들의 과도한 집착

민족주의와 애국심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중국 정부

등으로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이번에 폭력 시위에 가담한 중국인 유학생들의 행태를 모든 중국인의 모습으로 일반화하여 중국이라는 국가 자체에 대하여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자제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중국의 경제가 발전하고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위상이 점점 더 커질수록, 중화주의의 망령이 우리나라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까 걱정이 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더군다나 이번 사태의 뒷면에는 수천년된 중화주의의 망령과 그동안의 역사적인 문제, 현재 중국의 정치적, 사회적 현실 문제 등 단기간에 풀릴 수 없는 여러가지 문제가 자리잡고 있는 만큼, 이번 사태를 단순히 해당 유학생들을 처벌하고 출국시키는 선에서 잊어버릴 것이 아니라 그 뒤에 숨겨진 배경을 면밀히 분석하여, 향후 중국을 이해하고, 외교 전략을 세우는데에 있어서 하나의 전환점으로 삼았으면 합니다.

마무리가 개운치 않지만 여기서 오늘의 포스팅을 마치겠습니다. 모자란 지식으로 도를 넘는 주제를 건드리다보니 머리가 터질 지경입니다. @.@ 일부 과장된 해석과 논리적인 비약이 있을 수 있습니다. 논문이 아니므로 양해바랍니다. 사실 관계에 있어서 잘못된 부분은 저의 짧은 지식으로 비롯된 것이니 적절한 근거와 함께 지적해주시면 수정하겠습니다.

[연관글] 2008/04/29 - [세상만사] - 성화봉송 폭력시위와 이명박 대통령 - 중국 정부의 성명, 말도 안되는 헛소리지만 부러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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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emjay [2008/05/03 07:4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잘 정리되어 있는 글이네요. 제 보잘 것 없는 글에 트랙백을 걸어주시다니 영광입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

    • BlogIcon e-주민 or e-zoOMin [2008/05/03 22:56]  [댓글주소]  [수정/삭제]

      emjay님 반갑습니다. 엠제이님 포스트에 후진타오와 부시 사진이 기억에 남네요 ^^ 나름대로 이번 사태의 원인에 대해 정리해보려고 했는데 정리를 잘했다고 칭찬해주시니 기분이 으쓱~ 합니다 ^^

  2. BlogIcon 대발이 [2008/05/03 08:5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 잘 읽었습니다. 굉장히 분석적이고 논리적으로 잘 쓰셨네요. 제 생각도 글쓴님과 비슷합니다. 아울러 그런 이유와 더불어 한국과 한국 공권력에 대한 무시가 이런 폭력사태를 낳았다고 봅니다.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는 중화사사상-중국 패권주의가 그들 기준으로 과거 중국의 영향권에 있었으며 다소 만만하다고 생각되는(독일,영국과 같은 서구 국가가 아닌) 아시아권 국가들을 상대로 먼저 표출되는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 BlogIcon e-주민 or e-zoOMin [2008/05/03 22:59]  [댓글주소]  [수정/삭제]

      요즘 까르푸 관련 시위를 보면 꼭 그 대상이 아시아 국가에 한정되어서 나타나는 것만은 아닌 듯 합니다. 애시당초 중화사상은 서양이든, 동양이든 가리지 않죠. 사실 중국인들 아편전쟁 이후로 서양에 대하여도 그리 좋은 감정은 아닐 겁니다. 사후약방문 격이지만 이번에 대한민국 공권력의 힘을 제대로 보여주어야 할텐데 흐지부지될까 걱정입니다.

  3. BlogIcon 밀감돌이 [2008/05/03 21: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 사람들이 과연 중국인 유학생이라고 부를 수나 있는건지 ;;
    제가 보기엔 중국의 사상에 젖은, 우리나라 입장으로봐선 범법자 ㄷㄷㄷㄷㄷㄷ

  4. [2008/05/09 11: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