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시즌도 돌아오고 해서 올려보는 몇 년전에 썼던 글 하나.
날 짜: 2003년 4월 17일 목 08시 31분 33초
제 목: 벚꽃, 제 2의 낙화
눈송이처럼 날리는 꽃잎들의 한바탕 축제를 끝으로
벚꽃의 화려한 시절은 막을 내렸다.
이제 열매를 맺는 가을이 오기 전에는
아무도 벛나무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아니, 설령 벚찌가 탐스럼게 열리는 가을이 온다 하여도
지난 봄날처럼 세상의 주인공이 되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결코 받지는 못하리라.
추운 겨울을 또 한번 이겨내고
꽃피는 봄날을 다시 맞이하기 전에는...
이제는 탐스런 꽃잎들도 사라지고, 모두의 관심도 덩달아 살아졌지만,
그래도 벚나무는 또 한번 혼자만의 축제를 벌인다.
화려한 축제가 아니라 하나의 엄숙한 의식이다.
사실 그의 정확한 이름은 모르겠다.
그냥 꽃대라고 하자.
화려한 봄날의 축제동안 날아가버리기 쉬운 나약한 꽃잎들을
온 힘을 다하여 붙잡고서,
우리에게 아름다운 벚꽃의 자태를 보여주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던 꽃대.
지금 꽃대가 지고 있다.
꽃잎들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동안 그 뒤에 숨어서
온갖 굳은 일을 도맡아 하다가,
꽃잎이 모두 지는 그날까지 끈질기게 살아남아
꽃잎 하나 하나의 화려한 죽음을 지켜보고는,
정작 자신은 아무도 모르게 죽음을 맞이하는 꽃대.
지금 꽃대가 지고 있다.
꽃대의 죽음은 처절하다.
결코 화려하지 않으며,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
떨어지는 꽃대의 모습이란 화려하기는 커녕 불쌍해 보일 따름이다.
그래도 그것은 하나의 엄숙한 의식이다.
벚나무는 꽃대를 놓다주면서, 그들의 수고에 감사하고
기필코 내년 봄에도 살아남아 또 한번 녀석들과
화려한 축제를 벌이기를 다짐한다.
우리, 화려한 꽃잎들의 연약한 축제에만 환호하지 말고
꽃대들의 장렬한 죽음을 애도하자.
화려하지는 않아도, 꽃잎에 가려 보이지는 않아도,
그들도 꽃이었음을 기억하자.
꽃대가 지고 있다.
그것을 제 2의 낙화라고 부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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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여의도 지나가는데 벚꽃이 만개했더군요. 벚꽃축제도 열리는 듯 하구요. 앞으로 한 3주 쯤 지나면 위에 글처럼 꽃대들의 제 2의 낙화를 볼 수 있겠군요. 아무도 주목하진 않지만.
오호.. 굉장히 멋진글 잘 읽고 갑니다.
무려 5년전에 썼던 글인데 블로그를 만들고 올리니 여러 분들이 읽어주시고.. 블로그 덕에 옛 글도 새로운 생명을 얻었군요.
좋은 글 잘보고 갑니다 ^^
아까 다른 글 댓글에서 뵈었던거 같은데 또 뵙네요. 칭찬은 부끄럽사옵니다.;;;
어찌보면 좀..쓸쓸하궁...
꽃이피면 지는건 당연하지만...ㅋ
5년전 이맘때 쯤 무슨 쓸쓸한 일이 있었던지, 쓸쓸한 글이 써졌더군요. 근데 어찌보면 쓸쓸한 분위기의 글이지만 저도 시간이 흐른 후 다시 읽어보니, 아무도 몰라주는 꽃대의 떨어짐을 그래도 유심히 바라보고, 생각에 잠기고, 수고했다 칭찬해주었던 5년 전의 어린(?) 제가 문득 기특합니다. 그렇게 세상 곳곳을 따스한 시선으로 유심히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참 좋겠네요.
트랙백 보고 구경왔습니다 :-)
멋진 글...이라기 보다는 한편의 시 잘 읽었습니다~
시라고 하기엔 부끄럽네요 ^^; 예전엔 참 글쓰는거 좋아해서 많이 썼는데 요즘엔 게을러졌는지.. 봄도 다시 왔는데 펜을 들어봐야겠어요
멋진 글이군요
잘 보고 갑니다 ^^
찾아와주셔서 감사해요^^ 알려주신 벚꽃길은 홍대가면 꼭가볼게요.. 했으나. 이제 벚꽃 거의 지고 있겠네요 ㅠ.ㅠ 내년을 기약해야하나...
이젠 더 이상 볼래야 볼 수도 없더군요 ^^ 정말 빨리 떨어지는 것 같아요~ ^^
꽃잎이 다 진 이 때, 드디어 꽃대들이 떨어질 차례입니다.